안녕하세요. 깨비동물병원 임소정 원장입니다.

오늘은 몇 달 만에 처음 본 특이한 케이스를 공유드립니다. 주로 고양이에게서 나타나던 문제가 개에게서 확인된 사례라 더 흥미로웠습니다.


잠깐, 지난 봄의 그 사건 기억하시나요?

'24 4월, 특히 고양이 보호자님들 사이에서 크게 이슈가 되었던 '근육신경병증' 사태가 있었습니다.

당시 증상

  • 갑자기 힘없이 늘어지고 잘 걷지 못함

  • 심한 경우 호흡근 문제로 호흡 곤란

  • 소변이 콜라색으로 변하는 근색소뇨 동반

  • 간수치와 근육 관련 수치의 폭발적 상승

나이대를 가리지 않고, 뚜렷한 감염원도 없이 동일한 증상의 환자가 폭발적으로 나타나면서 수의사들도 미궁에 빠졌던 사건입니다.

추정 원인
공식적으로 인정된 원인은 아직 없습니다. 다만 추적 조사 결과 특정 공장에서 생산된 사료를 먹은 개·고양이에게서만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이 확인되어, 제조 과정에서의 오염이 유력하게 추정되었습니다.

💡 가장 유력한 의심 물질 — 아플라톡신(Aflatoxin)
Aspergillus 라는 곰팡이가 생성하는 독소입니다. 사람에게는 강력한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으며, 만성 노출 시 급성 간 괴사를 거쳐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곡물이나 견과류를 습한 환경에 보관할 때 잘 발생합니다. 사료 원료가 되는 곡류에서 오염되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종별 차이
치사율은 고양이에게서 훨씬 높았습니다(40% 이상). 개도 비슷한 간수치·근육수치 상승과 근색소뇨를 보였지만, 임상 증상은 훨씬 경미하고 처치에 대한 회복률도 높았습니다. 이 차이의 이유 역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관련 사료 급여 중단과 회수 조치 이후 여름부터는 유사 케이스를 볼 수 없었고, 저도 "잘 지나갔구나" 하고 잊고 지냈습니다.

그러다 미국에서 온 이 발랄한 친구를 만났습니다.


📋 환자 정보

항목

내용

견종

셰퍼드 믹스 (보견 셰퍼드)

연령

9세

특이사항

약 3개월 전 미국에서 한국으로 입국

보호자

외국인 보호자 (영어 상담)

컨디션

매우 양호 — 대기실을 날아다닐 정도

급여 사료

한국 입국 후 온라인으로 구매한 신규 사료


🏥 내원 사유

9세 노령 진입 시점의 정기 검진 목적으로 문의를 주셨습니다.

보호자님의 주요 관심사는 견종 특성이었습니다. 보견이 셰퍼드인 만큼 골반이나 척추의 선천적 문제가 걱정된다고 하셔서, 관절 부위를 조금 더 꼼꼼히 보는 방향으로 강아지건강검진을 설계했습니다.

그런데 검진 결과가 예상 밖이었습니다.


🔬 검사 및 진단

1차 검진 결과

항목

소견

간수치

상승

CK (근육수치)

폭발적 상승

기력

정상 (매우 양호)

황달

없음

근색소뇨

없음

복부초음파

간 실질 이상 소견 없음

검사 오류를 의심해 두 번을 더 돌려 보았지만 결과는 같았습니다.

CK 상승의 감별 진단

주요 원인
외상(trauma), 저산소증(hypoxia), 혈전(thrombosis), 발작(seizure), 장기 와위(recumbency), 비타민 E·셀레늄 결핍, 염증성 근육염(Neospora, Toxoplasma, 세균)

부수적 원인
근육 손상, 심근 질환, 자가면역질환(호산구성 근육염·저작근염·다발성 근육염), 감염, 갑상선기능저하증, 수술 후 변화

문제는 '수치와 증상의 괴리'

수치는 심각한데 아이의 컨디션은 너무 좋았습니다. 보호자님도 한국 입국 후 체중 감소, 물리적 타박, 중독 의심 정황이 전혀 없다고 하셨습니다.

두 사람 모두 머리에 큰 물음표를 단 채로 추가 검사를 계획했습니다.

추가 검사 항목

  • 톡소플라즈마 검사

  • 갑상선 호르몬 수치 검사

  • proBNP (심근 스트레스 지수)

→ 여기서도 답이 나오지 않으면 간 생검 또는 근육 생검까지 고려하기로 했습니다.
(영어로 이 모든 걸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습니다…)

🔑 결정적 문진

일주일 뒤 재진. 컨디션은 여전히 좋았지만 간수치와 근육수치의 개선은 거의 없었습니다.

다시 미궁에 빠지려던 순간, 지난 봄의 사건이 떠올라 현재 먹이는 사료를 여쭤봤습니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기존에 먹이던 제품을 찾을 수 없어 인터넷으로 주문해 먹이고 있어요."

확인해 보니 그 당시 문제가 되었던 브랜드의 제품이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제조 연월이 적힌 사진을 요청드렸고, 4월 생산 일자를 확인했습니다. 회수가 미처 되지 못한 물량을 구매해 급여하셨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 추정 진단

사료 관련 근육신경병증 (Aflatoxin 오염 추정)


💊 치료 계획

1단계 — 검사 대기 중 보조 처치

  • 간보호제

  • 항산화제(셀레늄)

  • 비타민 E

2단계 — 원인 제거

  • 해당 사료 급여 즉시 중단 및 식이 전면 교체

  • 간보호제 투약 지속

  • 1주 후 혈액검사 재검


📈 경과

식이 교체 후 재검 결과, 수치 개선이 드라마틱하게 나타났습니다.

시점

간수치

CK

초진

상승

폭발적 상승

1주 후 (사료 유지)

개선 거의 없음

개선 거의 없음

식이 교체 1주 후

뚜렷한 개선

뚜렷한 개선

현재 아이는 모든 수치가 정상화되어 치료를 종료했습니다.


👩‍⚕️ 원장 코멘트

이번 케이스에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은 "꺼진 불도 다시 보자"입니다.

사회적 이슈가 가라앉고 회수 조치가 끝났다고 해서 문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회수되지 못한 물량이 여전히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었고, 한국에 막 입국해 그 사건을 알 수 없었던 보호자님이 그것을 구매하신 겁니다.

두 가지를 강조드리고 싶습니다.

① 증상이 없어도 수치는 말합니다.
이 아이는 늘어지지도, 못 걷지도, 근색소뇨를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대기실을 날아다닐 만큼 멀쩡했죠. 정기 검진을 받지 않았다면 간과 근육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개는 고양이보다 증상이 경미하게 나타난다는 점이 오히려 발견을 늦출 수 있습니다.

② 진단은 검사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톡소플라즈마, 갑상선, proBNP까지 계획했지만 답을 준 것은 "요즘 무슨 사료 드세요?"라는 한 문장이었습니다. 생검까지 갈 뻔한 케이스가 문진에서 풀렸습니다.

보호자님께 드리는 당부

  • 사료를 새로 바꾸셨다면 브랜드와 제조 연월을 기록해 두세요

  • 온라인 구매 시 특히 생산 일자 확인을 권해 드립니다

  • 이유 없이 늘어지거나 걸음이 이상하거나 소변이 진한 갈색·콜라색을 띤다면 즉시 내원해 주세요


이번 사태에서 치사율이 40% 이상으로 훨씬 높았던 쪽은 고양이였습니다. 같은 사료를 먹는 다묘·다견 가정이라면 함께 확인이 필요하니, 고양이동물병원을 찾고 계셨던 보호자님도 편하게 문의 주세요. 스트레스를 최소화한 진료 환경을 갖춘 고양이전문병원으로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덕역 인근에서 공덕동물병원을 찾으시거나, 도화동·효창동·용문동 등 마포동물병원을 알아보고 계신 보호자님 모두 방문하실 수 있고, 평일에 시간 내기 어려운 분들을 위한 주말동물병원 진료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